표준정비시간 의무 공개...정비요금 안정화 ‘시금석’ 되나

대체부품 인증제 도입 더불어 車 수리비 인하 전망

튜닝규제 완화...전문정비 수익모델 ‘블루오션’ 가능

검사정비

▲ 표준정비시간 산출 최대 과제로 남아...내년 전망도 좌우

정비업계의 오랜 화두가 어떤 식으로든 결말을 맺을 전망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 개정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주요 작업별 표준정비수가를 의무적으로 작업장 내에 게시하고 시간당 공임도 개별정비사업체별로 산정해야 한다. 아직까지 데이터 산출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연내에 결과를 산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우선 검사정비업계는 손보업계와의 이해관계에 따른 의견 대립에서도 합의점을 찾아야 하지만 내부 의견조율에 먼저 중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표준정비시간 산출을 두고 연합회와 일부 지역조합이 다른 길을 가는 등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묵은 갈등의 표출이라지만 정비업계의 현실을 고려 할 때 득이 될게 없는 부분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보험업계와 공동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연합회나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사업자단체가 주도해 정비시간을 산출하려는 일부 조합 모두 산출 방식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차후라도 산출된 데이터를 갖고 조율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제도 시행 후 정비수가를 둘러싼 형평성과 신뢰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표준정비시간 산출은 자동차 수리비 적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우선적 기준이라는 게 사회적 시각이다.

▲ 불법무허가 업체와 과다출혈 경쟁...총량제 논의 재부상

정비업체 총량제 부분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정비업체의 난립도 해결해야 할 해묵은 과제다. 업계 추산 정비업체의 수가 40% 초과된 상황에서 총량제 도입은 시급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불법 무등록업체의 난립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없어 건전한 정비문화 정착을 위한 지정정비업체들의 ‘자유경쟁’이 아닌 불법업체들과의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경쟁은 부실 정비나 부당한 수리비 청구 등으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자동차정비업체 등록은 누구나 일정 수준의 정비시설만 갖추고 있으면 지역의 차량등록대수나 유동차량에 대한 고려 없이 신청만 하면 된다.

자동차관리법상 정비업체 공급 규모가 수요를 초과하면 등록을 제한할 수 있지만, 시·군·구청 장이 이에 대한 권한을 가진 게 문제다. 지자체가 정비업 등록을 제한해도 인접 지자체에서 등록하면 되는데 이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에서는 등록 제한을 시장·도지사가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건의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총량제 도입의 어려움은 자동차관리법을 비롯해 하위법령인 시․도 조례 관련 조항의 재․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 지자체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도입될 경우 기존 정비업체의 폐업과 흡수과정에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 지자체로서는 도입에 따른 득실을 따지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통연구원은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보면 정비업의 총량제 도입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건전한 정비문화를 위해서는 일부 논란을 감수하고 진행돼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총량제 도입은 향후 정비업계의 건전성을 회복하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현 구조 속의 과다경쟁은 업계 전반의 부실과 경영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문정비

▲ 대기업 시장 확대 자제 속 지역농협 경정비 진출에 긴장

지난해 5월 동반성장위원회로부터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된 전문정비업(카센터)은 그간 대기업의 사업 진출 및 확대 자제에 안도의 숨을 쉬는 듯 했으나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최근 농협이 중앙회 차원에서 일부 지역단위농협에게 농기계수리업과 자동차정비업을 겸하게 하는 등 사업 진출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정비연합회(카포스)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농협중앙회와의 조율을 시도하고 있으나 만만치 않다. 연합회는 농협의 경정비업 진출이 중단되지 않을 경우 규탄집회를 통한 강경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의 성장이 정비업계의 성장과 같이 했으나 대부분의 카센터는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떠한 정부지원도 없이 정부 정책을 따르고 있는 영세정비업체들이 또 다시 대기업과의 경쟁에 내몰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는 업계 전체의 생존권 사수의 상징성을 갖는 사안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 튜닝산업 활성화, 새 수익사업의 총아 되나

동네 카센터가 대기업 프랜차이즈 정비센터 등 거대 자본과 경쟁하는 동안 새로운 이익창출을 위한 움직임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전문정비업은 튜닝산업을 하나의 탈출구로 여기며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난 6월 한국자동차튜닝협회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튜닝산업과 연계한 시장 활성화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튜닝산업은 지난해 8월 정부의 ‘자동차 튜닝시장 활성화 방안’ 발표와 함께 지난 3월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통해 범 정부 차원의 튜닝산업 진흥대책 마련이 수립됐다.

이에 관련 업계는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와 같은 정부 의 지원의지에 전문정비업도 관련 분야로서 업계의 수익성과 영세성을 반전시킬 기회로 보고 있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절차상의 문제로 1, 2급 정비업체가 튜닝을 꺼리는 사이 실제 튜닝은 대부분 소규모 카센터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이 튜닝 승인 과정 등에서 편법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규제에 묶여 대부분 튜닝이 불법적으로 이뤄져온 까닭에 승인 대상 확대와 절차 간소화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규제를 더 푼다는 방침이지만 업계가 이에 만족할지는 불분명하다. 안전, 배기가스, 소음 등의 필수항목을 제외한 규제는 더욱 풀어야 한다는 것이 튜닝 관련 업계의 생각이다.

튜닝을 할 수 있는 업체는 판금이나 도색 장비 등을 갖춘 종합 또는 소형 정비업체로 규정돼 있지만 전문정비업은 이마저도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규제완화의 혜택이 영세 카센터 업체에게 돌아오려면 지금의 규제로서는 힘들다는 주장이다.

전문정비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이익 창출의 모델이 튜닝산업 활성화와 같이 한다면 좋겠지만 사회적 인식과 오래된 불법 구조변경의 실태가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튜닝산업과 연계에 따른 정비업 활성화에 조심스런 입장을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