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부품 시장에 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말만 무성한 채 시장 활성화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따른 지적이 일고 있다.

더불어 시장의 발전과 수리비 인하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대체부품인증제에 대한 ‘체념론’이 제도 시행 8개월 만에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기업이 논의의 장으로 나오려는 움직임조차 없는 지금 수입 부품사든 국내 업체든 제도 취지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 부품업계의 입장을 정부가 대변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동대문구 을)이 대체부품 시장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대표 발의한 ‘자동차 수리비 인하법’이 통과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개정안 발의에 동참한 12명의 의원 중 11명이 야당 의원으로, 향후 여당의 지지를 얻어 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막상 제도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사안을 담은 개정안이 발의됐음에도 업계의 반응이 차가운 이유다.

개정안은 인증 대체부품에 대해 완성차의 무상수리 거부를 금지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과 수리 목적의 경우 디자인 보호에서 제외하는 ‘디자인 보호법 개정안’을 담고 있다.

이는 대체부품 시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지목돼 오면서 업계에서는 관련 법 개정의 시급함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이번 개정안에 앞장선 민 의원은 입법 배경에 대해 수입차와 국내 완성차 회사를 향해 ‘부당한 기득권’, ‘약탈적 디자인 설정’ 등이라는 날선 표현을 써가며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현재 국내의 독점적 부품 공급 구조 자체를 경쟁촉진형 부품 시장으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인증부품을 통한 업계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시장의 지배 환경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중소 부품업계 내에서도 공유되는 분위기다. 대체부품 시장이 정체된 데는 완성차 업계의 책임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알려진 기존의 납품 사례에서 보듯 하청 의존도가 높은 국내시장의 관행에 비춰볼 때 대체부품 시장에 뛰어 들고 싶어도 완성차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업계 내에서조차 어떠한 합의도 도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상 업계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기대는 것 말고는 구체적인 단체 행동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완성차 회사의 눈 밖에 났다가는 당장 불이익을 면하기 어려워서다. 제도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대체부품 자체를 포기하자는 의견도 있다. 국내시장 환경이 변화될 것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일부 야권의 움직임만으로 제도 개선이 어렵다는 회의적 의견이 업계를 관통하고 있다.

제도 시행 후 처음으로 나온 인증 대체부품인 대만 TYG사의 ‘BMW 5시리즈의 펜더’가 시중에서 사용된 건수는 하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판매망도 없을뿐더러 BMW 마저도 사용 불가, 무상수리 거부 방침을 세웠다.

사실 업계가 수입차나 완성차 업체의 대체부품의 무상 수리 거부나 디자인보호권 설정 등의 입장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회사 이익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부품 시장의 주도권을 내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올 초 대체부품인증제 시행 후 수입차 업체들의 부품 디자인권 등록이 늘어가는 것만 봐도 앞으로 시장 판도는 예측 가능한 부분이다.

제도가 표류하자 업계는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대체부품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제도 개선을 위한 중재 및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만 알아서 대기업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를 테이블에조차 불러내지 못하는 정부 역할에 대한 비판이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업계의 주장에 대해 원론적 입장이지만 핵심 사안에 대한 업계 간 극심한 온도차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원칙적으로 수리비 인하와 업계 발전을 위한 정부의 대체부품 활성화 방침을 고수하면서도 대체부품 시장 현안에 대해 업계 간 생각차가 너무 크고 당장 시장의 이익과 결부되는 부분이라 강제할 수 없다는 딜레마 속에서 추후 대책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