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우월적 지위 남용”…2005년 후 정비수가 인상 없어

[이뉴스투데이 이상민 기자] “AOS 프로그램 사용 강요 말라.”, “우수협력업체 폐지하라.”

수원·평택 등 경기지역 자동차검사정비업계가 지난달 26일부터 서울 광화문 H사 본사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H사가 최근 국토교통부가 지난 2005년과 2010년 각각 공표한 표준작업시간과 최하위 공임(2만1533~2만4252원)을 기준으로 설정해 놓고, 이를 벗어난 청구 건에 대해선 “지급할 수 없다”는 채무부본재 확인과 조정신청을 법원에 소를 제기하면서부터다.

이에 대해 자동차정비업계측은 “H사는 대기업의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정비업계가 청구한 적정 보험정비요금에 대해 소송을 남발하는 등 경영난을 부축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장 낮은 시간당 공임(2만1533원)을 기준으로 손해사정내역서 없이 일방적으로 자동차 수리비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AOS(Areccom On-line System) 프로그램을 정비업체에 강요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AOS는 지난 2003년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개발한 수리비 전산견적시스템으로 자동차정비업계에 무료로 보급해오다, 지난 2007년부터 정비업체 PC 한 대당 3만5000원의 사용료(연간 약 20억원)를 받고 있다. 하지만 “AOS는 보험사의 입장에서 개발돼 공정성과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AOS는 보험개발원 산하 자동차기술연구소가 프로그램을 개발, 구축한 것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손해보험사 위주로 개발됐다는 이유다.  지난 2005년 보험·정비업계가 협의해 표준작업시간이 만들어졌지만 “기술연구소가 보험사들의 수리비를 줄일 목적으로 임의적으로 가공했다”는 것이 정비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지난 2005년 132개 차종의 표준작업시간을 발표한 후 신차에 대한 표준작업시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작업시간을 임의적으로 삭감하거나 작업내용을 누락했다.

또한 손보사는 AOS외에 다른 시스템을 자사 보험금 지급 시스템과 연동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보험사의 경우 정비업체와 보험수가 계약시 차량수리비 청구 프로그램을 AOS로 한정, 계약함으로써 정비업체의 사용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손보사와 정비업체와의 계약 내용을 보면, ‘갑은 을이 관리하는 자동차수리를 완료한 경우에는 갑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 )일 이내에 보험개발원 AOS를 통해 수리비를 청구한다’고 돼 있다.

이와 함께 AOS프로그램에는 간단히 수리비 삭감률을 입력함으로써 청구한 수리비를 일방적으로 삭감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다시 말해 보험사가 임으로 공임을 수정하면 수정된 공임으로 수리비가 정산된다. 특히 2005년 이후 출시된 차량에 대한 표준작업시간 및 재료대에 대한 검증 없이 임의로 입력돼 있으며, 대형 화물차량이나 버스의 경우, 실측정한 어떤 자료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수협력에 대한 업체 ‘일감 몰아주기’ 관행도 손보사들의 대표적인 횡포로 꼽힌다. 정비업체 한 관계자는 “손보사는 상생을 외치면서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우수협력업체를 선정해 정비사업자들끼리 반목하게 만들고 소송을 남발하게 하는 등 정비업계를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경 경기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이사장은 “이번 시위는 자동차 정비업계의 생존이 걸려 있는 만큼, H사와 같은 대기업들의 도 넘는 횡포에 맞서 싸우겠다”면서 “정부는 자동차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대기업들의 이 같은 관행이 척결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