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정비보험 수리비 국회 간담회

보험사 “과다 청구” vs 정비업계 “소비자 권익”…자동차 보험수리비 갈등 격화

오승안 기자 등록 2025-09-09 17:16:18

국회 간담회서 피해 사례 잇따라…수리 후 일방적 삭감·내역 비공개 논란

정비업계 “87.6% 불공정 경험”…보험사 비용 절감 논리, 소비자 선택권 침해

전문가 “수리기준 표준화·손해사정 내역 공개, 소비자 안전 위해 시급”

국회에서 열린 ‘자동차정비보험 수리비 분쟁’ 간담회서 보험사가 수리비를 삭감하거나 손해사정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와 업계는 객관적 수리기준과 손해사정 투명성이 소비자 권익을 지키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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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자동차정비보험 수리비 분쟁’ 간담회에서는 피해 사례가 쏟아졌다.

김용호 한국지엠 서비스센터협의회 회장은 “보험사가 수리 전 비용을 확정하지 않고, 수리가 끝난 뒤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호소했다.

이한나 금호자동차정비공업사 대표 역시 “지불보증조차 받지 못한 채 불확실성을 떠안는다”며 불공정 구조를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은 보험사의 ‘과다 청구’ 주장과 정비업계의 반박이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보험사는 자체 손해사정 시스템(AOS)을 기준으로 “수리 시간과 부품 교체가 과도하다”고 판단해 삭감한다. 반면 정비업계는 “제작사 매뉴얼에 따른 정당한 청구”라며, 삭감이 이뤄지면 소비자가 차액을 떠안거나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고 반발한다.

소비자 피해는 분명하다. 수리 전 수리 범위·방법·비용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동의권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사후 삭감으로 자기부담금이 늘어날 수 있다.

더구나 손해사정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왜 삭감됐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처리’가 반복된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도 정비업체의 87.6%가 보험사와의 거래에서 불공정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문제의 구조적 심각성을 보여준다.

보험사가 수리비 절감을 이유로 순정부품 교체를 제한하고 대체부품 사용을 권장한다면, 소비자는 원치 않더라도 대체부품을 선택하게 된다.

소비자가 순정부품을 고집할 경우에는 보험금이 대체부품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돼 차액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도적으로 제약되는 결과를 낳는다.

보험사 측은 자동차 수리비가 매년 급증하면서 보험료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경미한 사고에도 과도한 부품 교체가 이뤄지면 보험금이 불필요하게 커져 전체 가입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논리다. 다만 손해사정 내역은 내부 기준과 개인정보가 포함돼 전면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손해사정의 투명성과 수리기준의 표준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권정순 변호사는 “보험사 자회사 중심 손해사정 구조는 이해상충의 소지가 크다”며 손해사정 내역 교부 의무화와 공정 거래 관행 정착을 촉구했다.

같은 자리에서 하성용 중부대 교수도 “제작사 매뉴얼과 보험사 기준의 괴리가 결국 소비자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며 국토교통부가 제작사 매뉴얼 기반의 수리기준을 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정부와 업계, 소비자단체의 입장 차이도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정비 요금을 합리화하기 위해 표준 작업시간과 공임 산정에 관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고, 손해보험협회는 “과실 비율 산정과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모든 자료 공개에는 한계가 있다”고 항변했다.

반면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수리비 산정과 청구 과정이 투명해져야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공적 관리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고안수 한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본부장은 “사고차 수리비를 보험사가 사후에 삭감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소비자 피해는 계속될 것”이라며 “수리 전 범위·방법·비용을 확정해 소비자가 동의하고, 보험사가 지불보증을 한 뒤 사후 지급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 수리기준은 이해당사자인 보험사가 아닌 정부가 제작사 매뉴얼을 기반으로 연구해 고시해야 객관성과 투명성이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손해사정 내역서 공개 의무화, 수리기준 표준화, 지불보증 의무화 등을 포함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비업계는 “보험사의 횡포에 맞서 소비자 권리를 지키는 싸움”이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